
어서 오세요! 혹시 공무원 시험 정보 찾으러 오셨나요?
미안하지만 여기엔 기출문제도, 가산점 정보도 없습니다. 대신 '저승'에서 직접 공문을 들고 찾아온 관리와 함께 말 타고 시험 보러 간 선비의 기막힌 실화(?)가 기다리고 있죠!
"합격은 축하하는데, 지금 당장 죽어서 발령지로 가야 한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죽어서 신(神)이 된 남자의 오싹하고 감동적인 면접 후기, 지금 시작합니다!
(※ 주의: 무서운 귀신은 안 나오니 안심하고 보세요! 효심 주의!)
내 매형의 조부 되시는 송공은 고을의 선비였다.
어느 날 그가 병상에 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갑자기 방 안의 공기가 싸늘하게 바뀌었다. 눈을 들어보니 낯선 관리 하나가 서 있었다. 손에는 공문서를 들고, 옆에는 정수리가 흰 말 한 필을 끌고 있었다. 관리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시험을 보러 가시겠소."
송공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직 시험관도 당도하지 않았는데, 어찌 이리 급히 치른단 말이오?"
관리는 대답 없이 그저 재촉할 뿐이었다. 송공은 아픈 몸을 이끌고 말안장에 올랐다.
얼마나 달렸을까. 사방이 안개에 잠긴 듯 낯설었다. 그리고 눈앞에 웅장한 성곽이 나타났다. 왕의 수도처럼 위엄이 넘쳤다.
관아 안으로 들어서니 상석에 십여 명의 관리들이 엄숙하게 앉아 있었다. 낯선 얼굴들이었다. 그중 붉은 얼굴에 긴 수염을 드리운 한 사람만이 눈에 익었다. 관공이었다.
처마 아래 책상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한쪽에는 이미 선비 하나가 단정히 앉아 있었다. 송공도 그 옆에 앉았다. 책상 위에 붓과 종이가 놓여 있었다. 잠시 후 허공에서 시험지 한 장이 사뿐히 내려왔다.
시험지에는 '한 사람 두 사람, 의도하고 의도하지 않음.'이라는 구절이 적혀 있었다.
붓을 들었다. 생각을 가다듬고 써 내려갔다.
'선을 행하되 의도한 바가 있다면, 그 선이 아름답다 하나 상을 주지 않을 것이요. 악을 행하되 의도한 바가 없다면, 그 악이 흉하다 하나 벌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답안이 돌려졌다. 관리들이 읽다가 멈췄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감탄했다. 이윽고 송공을 대전 위로 불러올렸다.
"마침 하남 땅에 성황신의 자리가 비었소. 그대가 그 직분을 맡아야겠소."
그제야 송공은 깨달았다.
'내가 죽었구나.'
그는 바닥에 이마를 짚고 눈물을 흘렸다.
"과분한 은총이오나, 집에 일흔 노모가 계시어 봉양할 이가 없습니다. 어머님께서 돌아가실 때까지만 기다려 주신다면, 기꺼이 명을 받들겠습니다."
상석의 관리가 즉시 명했다.
"노모의 수명 장부를 확인하라."
관리가 장부를 뒤적였다.
"이승의 수명이 아직 9년 남아 있습니다."
관리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그때 관공이 입을 열었다.
"장 선비로 하여금 먼저 그 자리를 대행케 하고, 9년 뒤에 교대하면 되지 않겠소."
그리고 송공을 향해 말했다.
"효심을 기특히 여겨 9년의 말미를 주겠노라. 기한이 차면 다시 부를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돌아가는 길이었다.
장 선비가 들판 밖까지 배웅하며 다정하게 손을 잡았다. 자신이 장산에 사는 장 아무개라 밝히고, 작별의 시 한 수를 지어 건넸다. 세월이 흘러 다른 구절은 잊혔지만, 두 구절 만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꽃이 있고 술이 있으니 봄날이 늘 머물고, 촛불 없고 등불 없어도 밤은 스스로 밝아오네.'
송공이 말에 올라 작별을 고했다. 마을에 닿는 순간, 긴 꿈에서 깨어나듯 번쩍 눈이 뜨였다.
숨을 거둔 지 사흘이 지난 뒤였다.
관 속에서 희미한 신음이 새어 나오자. 노모가 듣고 황급히 관을 열어 아들을 꺼냈다. 반나절이 지나서야 말문이 트였다.
사람을 보내 장산의 소식을 알아봤다. 과연 장씨 성을 가진 선비가 송공이 깨어난 바로 그날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그로부터 꼭 9년이 흘러 노모가 세상을 떠났다.
송공은 어머니의 장례를 정성껏 치른 후 몸을 깨끗이 씻고 방으로 들어가 홀로 자리에 누웠다.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
그 무렵, 성안 서문 쪽에 사는 송공의 장인 댁에 갑자기 화려하게 치장한 수레와 말을 거느린 무리가 들이닥쳤다. 그 가운데 송공이 나타나 절을 한 번 올리고는 홀연히 길을 떠났다. 온 집안이 경악하여 황급히 사람을 본가로 보냈다. 돌아온 소식은 송공이 이미 숨을 거뒀다는 것이었다.
송공이 생전에 손수 기록을 남겼으나, 전란 속에 사라졌다. 지금은 오직 이 이야기만이 전해질뿐이다.
💡 Mark의 오컬트 Note: 저승의 인사 시스템
- 성황신(城隍神)이란?
지역의 규모에 따라 동장님부터 도지사님까지 급수가 다양한 '저승의 공무원' 보직입니다. 송공이 발령받은 '하남'은 아주 큰 지역이라, 그는 단순한 동네 관리자를 넘어 광역 단체장급으로 파격 발령을 받은 실력파 인재인 거죠! - 관공(관우)의 등장:
시험관들 중 붉은 얼굴에 긴 수염을 가진 분은 바로 우리가 아는 삼국지의 '관우'입니다. 중국 민간신앙에서는 관우가 저승의 공정한 판관이나 무신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마블의 '닉 퓨리'처럼 세계관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인물이죠!
"착한 일을 해도 생색내면 상이 없고, 나쁜 짓을 해도 실수면 벌하지 않는다."
송공의 이 답변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여러분은 '의도하지 않은 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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